먼지가 뒤덮인 90년 서류철 속 Cafe 소스...

프로젝트 정식 릴리즈를 앞두고 철야를 한 후, 오전 9시경 집에 들어와 오후 2시까지 잠이 들었다. 이렇게 기계부품처럼 살아갈 때면 문득 어린 시절 열정 하나로 프로그래밍을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물론, 타임머신이 있다면 되돌아가 뜯어말리고 싶지만... ^^

프로그램을 배우게 된 건, 초등학교(그당시 국민학교) 3년 정도였을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금성 FC-100 으로 사설 학원에서 4개월 정도 베이직을 배웠다. 

그 후,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컴퓨터 학습 부록으로 딸려온 Apple II+ 컴퓨터 브로마이드를 바닥에 펼쳐두고 자판을 두들기는 시늉만으로 수년간을 상사병으로 살아야만했다.

그렇게 중학교 2년 정도까지 머릿속으로 상상 코딩만을 하다가 Apple IIe(사진과 달리 국내 호환기종이었지만...) 를 소유하고, 이후 엠팔과 함께 풀뿌리 PC 통신 시절로 넘어가 고등학생에 이르러 286 PC와 함께 어찌보면 가장 뜨겁고 행복했던 프로그래밍 시절을 보냈다.

이전까지 다뤘던 언어는 주로 Basic 계열(Z-Basic 같은 독특한 넘도 만지작~)과 6502 어셈블리어(지금도 잊을 수 없는 지옥의 더블 고해상도 모드...ㅡㅡ) 였던 터라, C 와 같은 컴파일러 언어쪽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야 지금도 소유하고 잠안올 때 목차만 훑어보는~ 당시 유명했던 임인건님이 쓴 터보C 정복과 조우하였으니...

지금이야 익숙하지만 가히 혁멍적이었던 베게 높이 페이지 분량과 이책의 모든 내용을 다 알아야한다는 결벽증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결국 4주(?)간의 심사숙고 끝에 C 와 결별하게 되었다. 아무튼 C 랑 성격상 이유로 헤어지고 스마트한 Pascal 과 풋풋한 연애를 시작할 즈음~ 국내 최초 한글 BBS 호스트였던 Cafe 가 소스를 공개하였다.(예나 지금이나 오픈 소스의 힘이란!)

생각이 참 돌고돌았는데... 어찌보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지 않을까 싶은, Cafe 소스가 우연히 뒤져본 서류철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용케도 살아 남았구나!! ㅠㅠ)

이 녀석을 발판으로 파스칼 공부가 가속도를 얻으며, 추후 미완이긴하지만 게임 개발까지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program cafebbs 옆에 hellbbs 라고 적은 메모~ 당시 실제 BBS 를 운영하며, ANSI 기반이 아닌 이야기(하늘소의 이야기~)와 같은 통신 에뮬레이터에 UI 를 올리고 명령어 입력방식이 아닌 프로토콜 기반의 호스트를 고안하고 있었는데 그 놈의 프로젝트명이 hellbbs 였다. 이후 대학 입시와 함께 모든 개인 프로젝트가 중지되었고 진학 후에는 그냥 술과 함께 살았다;; 군대를 갈 무렵 유니텔, 나우로와 같은 전용 에뮬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때 잠시 내가 만들고자했던 hellbbs 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곤 하였다. 그 후 나우누리에 들어가 1년 정도 운영시삽으로 일하며 갓 태동하던 인터넷을 접했으니... 결국, Cafe 소스는 내 청년기의 멘토이지 않았을까?

지금이야 같은 기능의 호스트를 하루, 이틀 정도면 제작 가능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 열정만은 항상 그립고 또 내가 지칠때마다 박카스가 되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언젠가 내가 만든 소스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시지프스의 돌을 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