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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캠핑

강화도 여행 - 3 - 마니산 등반, 그리고 아수라장인 5월의 함허동천...(1/3)

by 사악신 2013. 5. 19.


5월 연휴를 맞아 다시 한번 강화도 함허동천(2013/04/16 - [일상생활/사진 & 여행] - 강화도 여행 - 2 - 함허동천)을 향했다. 지난 백패킹 이후로 거의 한달만이었다. 오랜만인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 늦은 7시 35분경에 강화도행 90번 버스를 탔다.



9시 11분경 강화도 터미널 도착... 해안순환버스 2번의 첫차 시간이 8시 30분이니 1시간 후인 9시 30분에 두번째 차를 타야한다. 아마도 예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함허동천에 도착할 듯...



1번과 2번은 서로 방향이 반대인지라 갈때는 2번을 올때는 1번을 타고오면 된다.



9시 30분 2번 버스를 타고 한시간 가량 달렸을까? 갑자기 함허동천 직전역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였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함허동천 주차장은 이미 만차로 꽉 찬 상태였고... 입구부터 아수라장이었다. 과연 자리가 있을까? 가족 단위 캠핑이 많은 터라 어쨌든 제 3 야영장 정상으로 발길을 향했다. 무거운 캠핑 장비를 리어카에 싣고 오르는 건 아무리봐도 무리일테니까...


하지만 오르막길 내내 빈공간 하나없이 빽빽한 텐트들의 행렬과 눈앞을 어지럽히는 하루살이들로 인해 이번 캠핑은 정말이지 상처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 빈 공간 하나없이 꽉 들어찬 텐트들을 보고 자포자기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텐트와 타프를 사이 조그만 공간을 찾아 텐트를 쳤다.



그냥 묵묵히 텐트 안 짐들을 펼쳐 놓으며 잠시 상념에 빠졌다. 여기저기 꼬맹이들의 고함소리... 아기들의 울음소리... 어떻게 저 큰 장비들을 이끌고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졌다.;; 



누워서 텐트 밖을 보았다. 10시 55분경... 엄청난 벌레들의 향연, 땡볕, 시장터처럼 많은 사람들과 소음... 혼자 조용히 캠핑을 다니고자하는 솔캠들의 아지트와 같은 함허동천 제 3 야영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바로 옆 텐트 타프의 끈...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캠핑에 나서는 건데... 나 또한 방해받고 싶은 마음이 없듯... 나로인해 누군가의 계획에 지장을 주는 것 또한 말이 안되는 거니까. 다행히 계곡인지라 텐트 안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바로 옆에 앉아 얘기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푸념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모처럼 애들 뛰어놀게 하려고 왔는데... 애들 뛰어 다닐 공간도 없네..."


오손도손 자연을 만끽하는 가족 캠핑을 바라는 맘이 느껴졌다. 하지만, 평일이 아닌 연휴 기간이라면 예약제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쾌적한 환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기는 바로 선착순~ 함허동천... ^^ 일단 누워서 최대한 휴식을 취했다.(나 또한 이미 조용한 캠핑의 꿈은 무너지고~ ㅎㅎ) 그래도 이번 캠핑의 주요 목적은 마니산 등반이기에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윽고 점심 무렵이 되자 여기저기서 고기를 굽고 요리를 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왠지 입맛이 없었다. 사탕 몇 알을 주워먹고는 산에 오를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너무 더워도 곤란하니 3시 ~ 4시 사이가 적당하리란 생각을 했다. 이윽고 3시 30분경, 수통에 물을 2/3 가량 채우고 상의를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혹시 모를 갑작스런 어둠을 대비하여 헤드 렌턴을 챙기고 밖을 나섰다.



야영장 정상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바로 마니산 등산로가 나타난다.



길이 헷갈릴때마다 지표가 되어 준 끈...



등산 계곡로 초반 보이는 함허동천 계곡... 수량이 많지 않아, 벌레들의 천국인 듯 했다. 아마도 함허동천은 추울 때 와야하는 건지도...



금세 비가 온마냥 축축한 길들이 이어지고...



조금 숨이 찰 무렵 이정표가 보였다. 바로 참성단으로~



해발 500M 가 넘지 않는 산이라 만만히 보고 왔는데... 벌써 물을 몇 번을 마셨다. 하지만 세상이 쥐죽은 듯 조용했다. 오전에 보았던 그 많은 등산객들은 다 어디로 갔던가?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조금씩 바위들이 보이고... 물을 아껴 마셔야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등반 후에 요기할 생각으로 먹을 것조차 챙겨오지 않았다. 슬슬 후회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민족의 영산인 마니산을 너무 만만하게 본 건 아닌지...



점점 바위가 많이 나오고 길을 알아 볼 수 없는 곳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끈을 보며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했다.



어느덧 손을 써가며 나무와 바위를 의지해 올라야할 정도로 길이 험해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장갑도 안챙겨왔다. 심지어 수통은 손으로 들고 다녀야하고... 카메라는 대충 목에 걸고 있다. 이 얼마나 무방비 상태인가.



누군가 바위 위에 작은 돌탑을 올려놨다. 왠지 위로가 됐다. 무방비 상태로 산을 오른지라 벌써 몸이 지쳐가고 있었다. 게다가 먹을 것은 없고 물은 아껴 마셔야한다는 생각, 그리고 카메라가 상하지 않게 움직여야한다는 제약이 점점 더 힘들게 했다.



그래도 조금씩 나무 사이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고...



올라온 구간보다 남은 구간이 더 짧아 보이는 지점...



이렇게 제 맘대로 산을 올라선 안되겠다는 생각(현기증까지 나는 듯 했다)에 무작정 쉬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 조금이라도 힘들면 천천히 가면 그만인 건데... 생각이 편해지자 기력도 회복되는 것 같았다.



하늘도 한번 올려봤다. 그렇게 10분을 쉬었나?



다시 산 아래를 내려보며...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자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이지 딱 이 지점에서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었는데...



기적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 계단이 나타났다. 천군만마를 만난 기분이란게 이런 걸까?



마치 길이 이 즈음에서 포기하고 정수사로 가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목표대로 마니산~ 그리고 참성단을 향해~



왠지 시작보다 오를만했다. 점점 산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주친 계곡로 등산 안내도, 확실히 참성단까지 얼마 안남은 듯 했다. 하지만, 진짜 난 코스는 지금부터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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