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쓰지않는 옛폰에서 그의 편린들을 꺼내본다. 벌써 3년전인가? 나는 죄인처럼, 혼자 남겨진 죄인처럼 불도 켜지못하고 휩쓸렸다.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냥 잘 살아왔다. 정치는 혐오하면 그 뿐이고, 투표에 대한 거부 행위는 누가 뭐라든 나의 확신이었다. 애초 찍을 사람이 없는데... 어떤식으로든 동참하는 건 차라리 기만으로 느껴졌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가족 아닌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했다. 창 하나 넘어 보아오던 그가 폭력에 죽은 것이다. 현실에 깨지더라도 치열하게 살던 그가, 나의 또 다른 모습같기조차했던 그가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이것은 불의였고, 분노는 나 자신을 향했다. 그럴 수 밖에...
그의 영정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지난날 나의 확신은 궤변이 되고 초라한 자기합리화가 되어갔다.
이것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미처 실감하기 전...
나는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만했다. 서운했다. 서글펐다. 그리고 아팠다. 애달픈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소리를 내고 가슴을 움켜쥐었지만 여전히 난 방관자처럼 훔쳐만 봐야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그냥 이들 속에 숨어 눈물을 훔치다 이윽고 시간을 본다. 나는 산자... 내일 삶을 걱정해야하는 평범한 한 사람... 또 다시 지독한 자기 혐오가 나를 집어삼킨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먹먹하고 어지러웠다.
그러다 문득 남겨진 또 다른 이의 글로 위안을 받는다.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어느덧 3년이 흘렸지만, 저는 아직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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